"약은 잘 먹고 있는데, 왜 그대로일까요" — ADHD 약이 채우지 못하는 자리

심원석 대표원장 2026-08-21 약 10분 읽기 1

"약은 잘 먹고 있는데, 왜 그대로일까요"

ADHD 약이 채우지 못하는 자리

약을 시작하고 나면 대개 비슷한 순서를 밟습니다.

처음 몇 주는 눈에 띄게 좋아집니다. 수업 태도가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면서 어딘가 걸리는 느낌이 옵니다.

수업 태도는 좋아졌다는데 성적은 그대로입니다.
방금 한 말을 또 잊습니다.
밥을 거의 안 먹습니다. 점심 도시락이 그대로 돌아옵니다.
밤에 잠들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음 날 또 멍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으로 넘어갑니다. '약이 안 맞나? 용량을 올려야 하나? 아니면 이쯤에서 끊어야 하나?'

인터넷을 찾아보면 걱정이 더 커집니다. 중독된다는 글, 키가 안 큰다는 글, 평생 먹어야 한다는 글이 차례로 나옵니다. 그렇게 몇 달을 고민만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채 계속 약만 먹이게 됩니다.

이 글은 그 고민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문제는 약이 아닙니다. 약이 애초에 담당하지 않는 영역이 그대로 비어 있는 것입니다.

걱정하시는 세 가지를 먼저 정리하고, 그 다음에 진짜 다뤄야 할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걱정 세 가지, 결론부터


"중독되지 않나요?" — 근거가 약한 걱정입니다. 2013년 UCLA Humphreys 연구팀의 메타분석(15개 연구, 2,565명)에서 어린 시절 각성제 치료와 이후 물질 사용 사이에 유의한 연관이 없었습니다. 2014년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가 약 3만 9,000명을 추적한 결과는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치료받은 군에서 3년 뒤 물질 관련 사건이 31% 낮았습니다.


"키가 안 큰다던데요?" — 이건 실제로 있습니다. 2021년 Carucci 연구팀의 메타분석(18개 연구, 4,868명)에서 장기 복용 시 키·체중 표준점수가 유의하게 낮아졌고, 체중이 먼저 꺾이고 키가 뒤따라 꺾이는 순서였습니다. 원인은 약이 뼈를 누르는 게 아니라 식욕을 눌러 먹는 양이 줄기 때문입니다. 즉 개입 지점은 '먹는 양'입니다. 이 대목은 뒤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평생 먹어야 하나요?" — 메틸페니데이트는 근거가 가장 탄탄한 1차 치료입니다. 저희는 이 약을 끊게 해드리는 곳이 아닙니다. 임의로 중단하면 적정 용량을 처음부터 다시 찾아야 하고, 아이가 쌓아온 학교 적응까지 함께 흔들립니다.


여기까지가 안심하셔도 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분들이 실제로 힘들어하는 건 이 세 가지가 아닙니다.




진짜 질문: 약을 먹는데도 왜 이럴까


진료실에 오시는 분들이 하시는 말씀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약은 잘 챙겨 먹여요. 그런데 여전히 방금 한 말을 잊어요." "수업 태도는 좋아졌다는데, 성적은 그대로예요." "밥을 안 먹어요. 점심은 거의 그대로 남겨 와요." "밤에 잠을 못 자요. 그래서 다음 날 또 멍해요."


이건 약이 실패한 게 아닙니다. 약이 담당하지 않는 영역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겁니다.

메틸페니데이트는 전전두엽에서 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를 억제해 잡음을 줄여줍니다.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주는 역할입니다. 방송은 선명해집니다. 그런데 선명해진 내용을 담아둘 그릇의 크기는 별개 문제입니다.


그 그릇이 작업기억입니다


전화번호를 듣고 → 머리에 잠깐 담아두고 → 그 번호로 실제 전화를 거는 능력. 정보를 붙잡아둔 채 판단·추론·연산을 동시에 하는 능력이고, 전전두엽이 담당합니다.


작업기억은 IQ보다 학업 성취도와의 상관이 더 높습니다.

  • 작업기억 → 연산 능력 → 수학 점수
  • 작업기억 → 문해력 → 국어·외국어 점수
  • 작업기억이 높으면 → 주의가 쉽게 흩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ADHD 아동에게서 가장 뚜렷하게 저하되어 있는 영역이 정확히 이 작업기억입니다. 약을 먹어 주의를 붙잡을 수 있게 됐는데도 성적이 안 오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붙잡은 정보를 담아둘 그릇이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5분이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무작위 숫자를 몇 자리까지 외우는지 재는 검사(digit-span test)가 있습니다. 성인 평균은 7자리입니다. 전화번호 뒷자리(000-0000)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7자리가 버겁다면, 지금 남아 있는 부주의는 '집중을 안 해서'가 아닙니다. 담아둘 그릇이 작아서입니다. 이건 노력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총명공진단 — 약이 비워둔 세 자리를 채웁니다


정원한의원이 이 자리에 쓰는 처방입니다. 하나의 약이 아니라 세 처방을 합방한 구성입니다.


구성 약재 담당하는 자리
총명탕 원지, 석창포, 복령 뇌 기능 활성, 기억력·집중력, 심신 안정
천마·단삼·맥문동·용안육 작업기억 개선, 주의 조절 네트워크 활성
녹용공진단 녹용, 당귀, 산수유, 목향, 꿀 피로 회복, 체력, 소화·식욕

각각이 왜 들어가는지, 근거와 함께 보시겠습니다.


하나 — 이미 ADHD 약과 함께 쓴 임상시험이 있습니다

2021년 중앙대학교병원 연구팀(Bae S, Han DH 등)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연구입니다.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위약 대조. 가장 엄격한 설계입니다.

  • ADHD 환자 27명을 두 군으로 나눠 4주간 관찰
  • ① 메틸페니데이트 + 천마·맥문동·단삼·용안육 복합추출물 (13명)
  • ② 메틸페니데이트 + 위약 (14명)

결과입니다.


한약 병용군에서 ADHD 평가척도 총점과 부주의 지표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됐고, 과잉행동은 감소 경향을 보였습니다. 뇌영상에서는 주의 조절과 기억을 담당하는 좌측 설전부(precuneus)의 활성, 그리고 중측두이랑과의 연결성이 증가했습니다.

이 연구의 의미는 설계에 있습니다. 한약이 약을 대신할 수 있는지를 본 게 아니라, 약 위에 얹었을 때 더 나아지는지를 봤고 — 더 나아졌습니다. 그것도 보호자 설문 같은 주관적 지표만이 아니라, fMRI로 뇌가 실제로 달라진 것까지 확인했습니다.

"약은 잘 먹는데 부주의가 남는다"는 분께 드릴 수 있는 답이 바로 이 연구입니다.


둘 — 작업기억은 8주에 걸쳐 올라갑니다

같은 네 가지 약재(천마·단삼·맥문동·용안육)를 8주간 복용한 연구에서 작업기억 수행 능력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향상됐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갑니다. DTI(확산텐서영상) 분석에서 뇌의 연결성 자체가 증가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기능이 좋아졌다는 수준이 아니라, 연결이 굵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차이는 큽니다. 컨디션이 좋아 잠깐 잘 되는 것과, 배선이 달라진 것은 다릅니다.


셋 — 총명탕은 신경전달물질 수준에서 작동합니다

기억을 인위적으로 지운 동물모델(스코폴라민 유도 기억장애)에서 총명탕을 투여했을 때 흐려진 기억이 회복됐습니다. 기전이 명확합니다.

  • 학습·기억의 핵심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분해하는 효소(AChE)는 억제
  • 합성하는 효소(ChAT)는 증가

참고로 대표적 치매 치료제인 도네페질이 작용하는 지점이 바로 이 AChE입니다. 같은 축에서 작동한다는 뜻입니다.


넷 — 그리고 녹용공진단이 성장 걱정에 답합니다

앞서 성장 문제의 원인이 '먹는 양'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식욕이 눌리고 → 열량이 줄고 → 체중이 안 늘고 → 키가 따라오지 못합니다.

총명공진단에는 녹용공진단이 함께 들어갑니다. 피로 회복과 체력, 그리고 소화력이 이 축의 몫입니다. 성장이 걱정돼 약을 끊을지 고민하시는 부모님께, 저희가 드리는 제안은 이겁니다.


약을 끊지 마시고, 먹는 양을 되찾는 쪽을 먼저 해봅시다.


여기에 아침을 약 먹기 전에 든든히 챙기고, 약효가 빠지는 저녁 시간을 열량 보충 시간으로 쓰는 것. 그리고 6개월마다 성장곡선에 백분위를 기록하는 것. 이 세 가지를 함께 가져가면, 약을 끊지 않고도 관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총명공진단이 채우는 자리를 한 표로 보면


남아 있는 문제 약이 담당하는가 총명공진단이 담당하는가
주의가 흩어짐 ○ (병용 시 부주의 지표 추가 개선)
방금 들은 걸 잊음 (작업기억)
성적이 안 오름 (연산·문해력)
식욕 저하, 체중 정체 ✕ (오히려 원인)
피로, 오후 방전
장기전 체력 (재수·고시·수능)

약이 ✕인 칸이 지금 남아 있는 불편함의 정체입니다.



이런 분께 권합니다


  • ADHD 약을 복용 중인데 부주의가 여전히 남는
  • 방금 들은 내용, 이름, 단어를 자꾸 놓치는
  • 수업 태도는 좋아졌는데 성적이 따라오지 않는 학생
  • 약 때문에 밥을 못 먹어 체중·성장이 걱정되는 아이
  • 3개월 이상 장기 학습을 준비하는 수험생·재수생·공시생
  • 업무 처리 속도가 떨어지고 자꾸 깜빡하는 30~50대
  • 치매는 아니지만 기억력 저하가 신경 쓰이는 중장년



복용은 이렇게 하십니다


  • 1일 2회, 아침·저녁. 뜨거운 물에 타서 드시면 좋습니다.
  • 최소 2개월 이상. 위 임상시험이 4주, 작업기억 연구가 8주 설계였습니다. 2주 먹고 판단하는 건 연구 설계상 판단이 불가능한 기간입니다.
  • 연조엑스제 형태라 아이도 먹기 편합니다. 다크초콜릿 같다는 표현을 쓰는 분들이 많습니다.
  • 소아는 성인 용량 그대로 쓰지 않습니다. 만 나이 기준으로 감량합니다(14세 이상 1, 10~14세 3/4, 7~9세 2/3, 4~6세 1/2). 다만 이건 기준선이고, 실제 처방량은 소화 상태와 전반적 컨디션을 진료로 확인한 뒤 정합니다.
  •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처방전이나 약봉투를 그대로 가져오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주치의에게도 한약 복용 사실을 알려주시는 게 원칙입니다.

복용 전에 한 번, 두 달 뒤에 한 번


digit-span 테스트를 복용 시작 전에 해서 기록해두세요. 그리고 두 달 뒤 같은 테스트를 다시 하시면 됩니다. 느낌이 아니라 숫자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저희가 이 방식을 권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좋아졌는지 아닌지를 환자분이 직접 판단하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ADHD 약, 계속 먹어도 될까요?"

답은 '드십시오'입니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약은 주파수를 맞춰줍니다. 그런데 담아둘 그릇을 키우지는 못하고, 체력을 채워주지도 못하며, 오히려 밥을 덜 먹게 만듭니다. 그 세 자리를 비워둔 채로 약만 늘려가는 것이 지금 가장 흔한 실수입니다.

며칠 전에도 아이 처방전을 쥐고 오신 어머님이 계셨습니다. 설명을 다 듣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약을 끊어야 하나 몇 달을 고민했는데, 끊는 게 문제가 아니었네요."

약을 끊을지 말지 고민하실 시간에, 약이 채우지 못한 자리가 어디인지 물으러 오십시오. 그게 훨씬 나은 질문이고, 저희가 답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참고 문헌 및 자료 출처

  1. Bae S, Park S, Han DH. A mixed herbal extract as an adjunctive therapy for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 randomized placebo-controlled trial. Integrative Medicine Research. 2021. (중앙대학교병원 IRB 1861-007-330) — PubMed 33665099
  2. 총명탕의 스코폴라민 유발 기억력 저하에 대한 기억상실 억제 효과 — PubMed 20673844
  3. Humphreys KL, Eng T, Lee SS. Stimulant medication and substance use outcomes: a meta-analysis. JAMA Psychiatry. 2013;70(7):740-9. — PubMed 23754458
  4. Chang Z, Lichtenstein P, Halldner L, et al. Stimulant ADHD medication and risk for substance abuse. Journal of Child Psychology and Psychiatry. 2014;55(8):878-85. — PubMed 24606274
  5. Carucci S, Balia C, Gagliano A, et al. Long term methylphenidate exposure and growth in children and adolescents with ADHD.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Neuroscience & Biobehavioral Reviews. 2021;120:509-525. — PubMed 33080250
  6. Swanson JM, Elliott GR, Greenhill LL, et al. Effects of stimulant medication on growth rates across 3 years in the MTA follow-up. J Am Acad Child Adolesc Psychiatry. 2007;46(8):1015-27.
  7. 국민건강보험공단, 최근 5년간 ADHD 진료인원 현황(2019~2023),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출자료, 2024.
  8.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지역별 ADHD 진료현황(2019~2023),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9. NACD, Short-Term and Working Memory: Clinical Insights — 작업기억의 연령별 변화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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