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마황, 미국에서 금지된 성분이 왜 한의원에 있나 — 숨김없이 말씀드립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립니다. "마황이 미국에서 금지됐다"는 말은 사실입니다. 인터넷에서 보신 그 얘기, 괴담이 아닙니다. 저는 이걸 부정하거나 물타기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정확히 무엇이, 왜, 어떤 조건에서 금지됐는지를 아시면 판단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오늘은 마황에 대해 유리한 얘기만 골라 드리지 않겠습니다. 위험한 건 위험하다고 말씀드리고, 그다음에 판단은 여러분이 하시면 됩니다. 3부의 첫 번째 글입니다.
먼저, 미국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나
2003년 미국 프로야구 유망주 한 명이 스프링캠프 훈련 중 사망했습니다. 그가 복용하던 것이 마황(에페드라) 성분의 체중감량 보조제였습니다. 이 사건을 포함해 심근경색, 뇌졸중, 사망에 이르는 부작용 보고가 쌓이자, 미국 FDA는 2004년 2월 최종 규정을 발표하고 4월부터 에페드린 알칼로이드가 든 '건강기능식품'의 판매를 전면 금지했습니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금지된 건강기능식품이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극적이었습니다. 2013년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실린 13년치 집계에 따르면, 금지 이후 마황 관련 중대 중독·사망 사례가 98% 이상 감소했습니다. 이건 뒤집어 말하면, 그전까지 그만큼 사람들이 다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축소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한 문장이 있습니다
당시 이 연구를 이끈 독성학자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기억하십시오, 이건 의약품이 아니었습니다.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이었습니다." 이 한 문장이 이 논쟁의 핵심입니다. 미국이 금지한 것은 누구나 마트와 인터넷에서 사서, 아무 검사 없이, 자기 마음대로 용량을 정해 먹던 무처방 보조제였습니다. 실제로 같은 에페드린이라도 의약품으로 관리될 때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FDA는 의약품으로서의 에페드린은 1일 150mg까지 허용하고 있습니다. 즉 성분 자체를 지구상에서 퇴출시킨 게 아니라, 통제되지 않은 사용을 막은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마황은 어떻게 다뤄지나
한국에서 마황은 의약품용 한약재로 분류돼 한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통해서만 사용됩니다. 시중에서 누구나 사서 임의로 복용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건 반대 경우입니다. 마황이 불법 유통되어 건강원 등에서 '다이어트 약'으로 둔갑해 팔리는 사례인데, 이건 미국이 금지했던 그 무처방 상황과 정확히 같은 위험 구조입니다. 그러니 정말 경계하셔야 할 대상은 한의원 처방이 아니라 출처 불명의 다이어트 제품입니다.
그래서 처방받으면 부작용이 없냐고요? 아닙니다
여기서 제가 "그러니 한의원 약은 안전합니다"라고 끝내면 그건 정직하지 못한 글입니다. 국내 한 병원 코호트 연구에서 마황 함유 처방을 복용한 168명 중 70명(41.7%)이 이상반응을 경험했습니다. 열 명 중 네 명입니다.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어떤 증상이었을까요? 가장 많았던 순서대로 불면, 메스꺼움, 변비, 가슴 두근거림이었습니다. 대부분 심각한 손상이 아니라 견딜 만한 수준의 불편이었고, 복용을 조절하면 관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부작용은 거의 없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런 말을 하는 곳이 있다면 오히려 그쪽을 의심하셔야 합니다. 부작용 하나하나에 대한 상세한 대처법은 다음 10번 칼럼에서 통째로 다루겠습니다.
마황이 정말 위험해지는 순간은 언제인가
부작용 목록보다 훨씬 중요한 게 이겁니다. 위험은 성분 그 자체보다 상황에서 옵니다. 첫째, 카페인과 함께 먹을 때. 이건 특히 중요합니다. 마황과 카페인 병용은 효과도 부작용도 함께 키웁니다. 미국에서 발생한 심각한 사고 상당수가 이 조합과 관련됐습니다. 한약 드시면서 커피, 에너지드링크, 카페인 든 다이어트 보조제를 같이 드시는 건 정말 위험합니다. 둘째, 특정 약을 함께 복용할 때. 우울증 치료에 쓰이는 모노아민 산화효소 억제제와 병용하면 심각한 고혈압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갑상선호르몬제, 기관지확장제, 다른 교감신경 흥분제와도 위험이 커집니다. 반대로 혈압약과 당뇨약의 약효를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셋째, 용량과 기간을 스스로 늘릴 때. 부작용은 용량 의존적이고 개인 민감도 차이가 큽니다. "빨리 빼고 싶어서" 두 배로 드시는 순간 위험도 두 배가 됩니다.
그리고 아무리 잘 써도 피할 수 없는 한계 — 내성
마황에는 반응급감 현상이 있습니다. 반복해서 사용하면 몸이 적응해 효과가 줄어드는 겁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마황은 평생 먹는 약이 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효과가 있는 정해진 기간 안에 식습관과 생활을 바꿔놓지 못하면, 약을 끊는 순간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저는 그래서 상담에서 "약으로만 빼드릴 수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약은 창문이 열리는 기간이고, 그 창문으로 무엇을 통과시킬지는 결국 생활입니다. 요요 이야기(21번)에서 이걸 다시 다루겠습니다.
그럼 저는 마황을 어떻게 대하나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마황은 효과가 분명한 만큼 위험도 분명한 약재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약재를 쓸 때 세 가지를 지킵니다. 복용 전에 심장·혈압·기저질환과 지금 드시는 약을 반드시 확인하고, 필요한 만큼의 용량과 기간을 정해 쓰고, 복용 중 몸의 반응을 확인하며 조절합니다. 그리고 애초에 이 약재를 쓰면 안 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께는 쓰지 않습니다. 다행히 마황 없이 접근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다음 9번 칼럼에서 "마황 없는 다이어트 한약"을 다루고, 이어서 10번에서 부작용 총정리, 11번에서 안전 복용 조건, 12번에서 절대 금기를 하나씩 끝까지 다루겠습니다.
혹시 지금 "그럼 나는 먹어도 되는 사람인가?" 궁금하시다면, 그 답은 12번 칼럼까지 읽으시면 스스로 상당 부분 판단하실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황이 미국에서 금지된 게 사실인가요? A. 사실입니다. 다만 금지 대상은 처방 없이 판매되던 '건강기능식품'이었습니다. 의약품으로 관리되는 에페드린은 여전히 허용 용량 내에서 사용되며, 국내에서 마황은 한의사 처방을 통해서만 쓰이는 의약품용 한약재입니다.
Q. 처방받아 먹으면 부작용이 없나요? A. 없지 않습니다. 국내 연구에서 복용자의 약 41.7%가 이상반응을 경험했고, 불면·메스꺼움·변비·두근거림이 흔했습니다. 대부분 조절 가능한 수준이지만 "부작용이 없다"는 설명은 사실이 아닙니다.
Q. 한약 먹는 동안 커피 마셔도 되나요? A. 권하지 않습니다. 마황과 카페인 병용은 효과와 부작용을 모두 증가시키며, 심각한 사고와 관련된 조합입니다. 복용 중 카페인 섭취는 반드시 상담하세요.
참고 근거 · FDA Final Rule, 2004; 에페드린 알칼로이드 함유 건강기능식품 판매 금지 · N Engl J Med 2013; 금지 조치 이후 마황 관련 중대 중독·사망 98% 이상 감소 · 국내 병원 코호트; 마황 함유 처방 복용자 168명 중 70명(41.7%) 이상반응 · 마황의 약물 상호작용 및 병용 주의(카페인·MAO 억제제·갑상선호르몬제 등)에 관한 국내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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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은아 원장 정원한의원 다이어트 진료 담당.
스스로 20kg 감량을 10년간 유지해 온 경험과 한방내과적 접근을 바탕으로, 무리한 감량이 아닌 몸의 균형 회복을 지향합니다.
유튜브 '다이어트 멘토 김은아'에서도 정보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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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진료를 대체하지 않으며, 치료 반응은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