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면 잊어버립니다" — 건망증일까, 치매의 시작일까
"돌아서면 잊어버립니다" — 건망증일까, 치매의 시작일까
이런 순간, 다들 겪으십니다
냉장고 문을 열고 서서, 무엇을 꺼내려 했는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분명 아는 사람인데 이름이 목 끝에서 맴돌기만 합니다. 주차한 층을 못 찾아 두 층을 헤맵니다. 방금 통화한 내용을 다시 물어봅니다.
한두 번이면 웃고 넘깁니다. 그런데 이게 반복되면 어느 순간 다른 생각이 끼어듭니다.
'혹시 시작된 건 아닐까.'
부모님을 보면서 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같은 질문을 자꾸 반복하시고, 어제 뭘 드셨는지 못 떠올리시고, 약 드시는 걸 잊으십니다. 병원에 모시고 가자니 부모님이 화를 내시고, 그냥 두자니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이 글은 그 애매한 자리에 계신 분들을 위해 씁니다. 아직 병은 아닌데, 그냥 두기엔 찜찜한 자리입니다. 그리고 사실 이 자리가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먼저, 건망증과 치매는 다릅니다
이걸 구분하지 못해 과도하게 불안해하시는 분이 많아 먼저 정리하겠습니다.
| 건망증 | 치매 초기 | |
|---|---|---|
| 힌트를 주면 | "아 맞다" 하고 떠올림 | 힌트를 줘도 떠오르지 않음 |
| 잊는 대상 | 사건의 일부(주차 위치, 이름) | 사건 자체(만난 적 있다는 사실) |
| 본인 자각 | 본인이 걱정함 | 본인은 문제없다고 함, 가족이 걱정 |
| 일상생활 | 지장 없음 | 잘하던 일이 서툴러짐 |
핵심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줄입니다. 어제 친구를 만난 건 기억나는데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흐릿하다면 건망증입니다. 친구를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없다면 다릅니다. 그리고 "내가 요즘 자꾸 깜빡한다"고 스스로 걱정해서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그 자체가 오히려 안심의 근거입니다.
그런데 이 신호를 그냥 넘기시면 안 됩니다
여기서 끝내면 반만 말씀드리는 겁니다.
의학적으로 인지 기능은 두 단계를 거쳐 내려갑니다.
1단계 — 주관적 인지저하(SCD). 검사에서는 정상으로 나오는데, 본인은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상태입니다. 보통 50대 후반부터 나타나며, 40대에도 스트레스·수면 문제로 겪을 수 있습니다.
2단계 — 경도인지장애(MCI). 검사에서 또래 평균보다 객관적으로 낮게 나오는 상태입니다. 이 단계에서 매년 약 10~15%가 치매로 넘어갑니다.
숫자로 보면 규모가 실감 납니다. 2023년 치매역학조사 기준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2025년 약 97만 명, 2026년에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그 앞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진단자는 2025년 기준 약 298만 명입니다. 치매 환자의 세 배가 그 대기실에 있는 셈입니다.
중요한 건 이겁니다. 1단계는 검사로 잡히지 않습니다. 병원에 가서 검사받아도 "정상입니다"라는 말을 듣고 돌아옵니다. 그런데 본인은 압니다.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어, 내가 기억력이 떨어졌나?" 하는 그 주관적인 느낌. 그게 가장 먼저 오는 신호이고, 동시에 가장 손 쓸 수 있는 시기입니다.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기억'이 아닙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오해하십니다. 나이 들면서 옛날 일을 잊는다고 생각하시는데, 실제로는 반대입니다. 오래된 기억은 오히려 잘 남습니다.
가장 먼저 꺾이는 건 작업기억(working memory)입니다.
전화번호를 듣고 → 머리에 잠깐 담아두고 → 그 번호로 실제 전화를 거는 능력. 정보를 붙잡아둔 채로 판단하고 계산하는 능력이고, 전전두엽이 담당합니다.
일상에서 무너지는 순간은 이렇게 나타납니다.
- 냉장고 앞에서 뭘 꺼내려 했는지 잊습니다 → 목적을 붙잡아두는 힘이 빠진 것
- 요리하다 뭘 넣었는지 헷갈립니다 → 진행 상황을 담아두는 힘이 빠진 것
- 대화 중 내가 무슨 말 하려 했는지 놓칩니다 → 문장을 끝까지 유지하는 힘이 빠진 것
- 계산이 예전보다 느려집니다 → 붙잡은 채로 연산하는 힘이 빠진 것
그리고 이 능력은 20대까지 발달하다가 30대 이후 꺾이기 시작합니다. 노화만이 아니라 스트레스와 불안에도 아주 쉽게 영향받습니다. 60대에 급격히 나빠졌다고 느끼신다면, 그건 60대에 시작된 게 아니라 30대부터 내려오던 곡선이 어느 선을 지난 것입니다.
지금 5분이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무작위 숫자를 몇 자리까지 외우는지 재는 검사(digit-span test)가 있습니다. 성인 평균은 7자리입니다. 전화번호 뒷자리(000-0000)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7자리가 버겁게 느껴지신다면, 지금이 손 쓸 시점입니다.
총명공진단 — '기다리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병원에서 듣는 말은 대개 "지켜봅시다"입니다. 아직 치매약을 쓸 단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지켜보는 기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아까운 선택입니다.
정원한의원이 이 자리에 쓰는 처방이 총명공진단입니다. 하나의 약이 아니라 세 처방을 합방한 구성입니다.
| 구성 | 약재 | 담당하는 축 |
|---|---|---|
| 총명탕 | 석창포, 원지, 복령 | 아세틸콜린 — 기억을 만드는 신호 |
| 천마·단삼·맥문동·용안육 | — | 산화 스트레스 — 뇌를 망가뜨리는 원인 |
| 녹용공진단 | 녹용, 당귀, 산수유, 목향, 꿀 | 피로 회복, 체력, 간 기능 |
축이 서로 다릅니다. 왜 이 세 가지를 함께 쓰는지, 근거와 함께 보시겠습니다.
하나 — 총명탕은 치매약과 같은 지점에서 작동합니다
2010년 충남대학교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Journal of Ethnopharmacology에 발표한 연구입니다.
기억을 인위적으로 지운 동물모델(스코폴라민 유도 기억장애)에 총명탕을 경구 투여했을 때 흐려졌던 기억이 회복됐습니다. 기전이 명확합니다.
- 학습·기억의 핵심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ACh)을 분해하는 효소(AChE)는 억제
- 합성하는 효소(ChAT)는 증가
- 여기에 항산화 방어 체계까지 함께 개선
연구팀은 이 두 축(콜린성 효소 조절 + 항산화)을 통해 인지 개선에 유용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대표적인 치매 치료제 도네페질이 작용하는 지점이 바로 이 AChE입니다. 분해를 막아 아세틸콜린을 남긴다는 축이 같습니다. 총명탕이 수백 년간 '머리 맑아지는 약'으로 쓰여온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던 셈입니다.
참고로 이 논문에 명시된 총명탕 구성 약재는 석창포·원지·복령 세 가지로, 저희가 쓰는 처방 구성과 정확히 같습니다.
둘 — 알츠하이머 유발물질로 망가진 기억을 되살렸습니다
이 연구는 좀 더 직접적입니다. 2014년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연구팀이 Biological and Pharmaceutical Bulletin에 발표했습니다.
알츠하이머 유발물질(아밀로이드 베타)을 뇌실 내에 직접 주입해 기억 장애를 만든 실험동물에게, 천마·용안육·단삼·맥문동 복합추출물을 경구 투여했습니다.
- Y-미로 검사와 수동회피 검사에서 무너졌던 기억 수행이 회복됐습니다
- 뇌 속 지질 산화 지표(TBARS)가 감소했습니다
- 해마에서 항산화 효소(HO-1)의 발현이 증가했습니다
알츠하이머의 인지 저하에는 아밀로이드가 일으키는 산화 스트레스가 핵심 역할을 합니다. 이 연구는 정확히 그 지점을 막아냈고, 연구팀은 결론에서 예방 또는 치료 목적의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앞의 총명탕과 축이 갈립니다. 총명탕은 기억을 만드는 신호(아세틸콜린)를 지키고, 이 네 가지 약재는 뇌를 망가뜨리는 원인(산화 스트레스)을 막습니다. 신호를 늘리는 것과 손상을 막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총명공진단이 두 처방을 합방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셋 — 그리고 사람에게서 확인됐습니다
동물 실험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연구는 이겁니다.
2015년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 연구팀이 대한생물정신의학회지에 발표한 임상시험입니다. 대상자를 보십시오.
검사에서는 정상으로 나오지만 "예전 같지 않다"고 호소하는 성인 75명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과 정확히 같은 상태입니다. 이들을 위약군 15명, 저용량군 30명, 고용량군 30명으로 나눠 8주간 무작위·이중맹검·위약대조로 진행했습니다.
- 작업기억 수행 능력이 위약군 대비 유의하게 향상됐습니다 (p = 0.001)
- 측두-두정 영역의 백질 미세구조 지표(FA)가 유의하게 증가했습니다
두 번째가 특히 중요합니다. 이 영역은 작업기억을 담당하는 핵심 부위이자, 인지 저하 환자에게서 가장 먼저 손상되는 부위입니다. 그리고 백질 미세구조 지표가 올라갔다는 건 기능이 잠깐 좋아졌다는 수준이 아니라, 뇌의 배선 자체가 달라졌다는 뜻입니다.
"검사는 정상이니 지켜봅시다"라는 말을 들으신 분들이, 8주 만에 실제로 좋아졌다는 데이터입니다.
참고로 같은 네 가지 약재를 ADHD 환자 27명(8~20세)에게 쓴 무작위·이중맹검·위약대조 임상시험(중앙대학교병원, 2021)에서도 주의 조절과 기억을 담당하는 좌측 설전부(precuneus)의 활성이 증가했습니다. 나이대가 완전히 다른 두 집단에서 같은 뇌 영역, 같은 방향의 변화가 확인된 셈입니다.
넷 — 그리고 기억력 저하의 상당수는 사실 '체력' 문제입니다
진료실에서 자주 확인하는 부분입니다.
"너무 피곤해요. 그래서 자꾸 깜빡하는 것 같아요."
이 말씀을 하시는 분이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맞습니다. 작업기억은 노화만이 아니라 피로·스트레스·불안에 극도로 취약한 능력입니다. 체력이 바닥인 상태에서는 뇌도 정보를 붙잡아둘 여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총명공진단에는 녹용공진단이 함께 들어갑니다. 기억을 담당하는 두 축과 체력을 담당하는 축을 동시에 잡는 구성입니다. 떨어지는 작업기억만 붙잡아도, 힘에 부치는 체력만 채워도 반쪽입니다.
공진단과 총명공진단, 어느 쪽인가요
두 처방을 놓고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아 기준을 드립니다.
"너무 피곤해요. 그래서 깜빡깜빡하는 것 같아요." → 심한 피로, 근감소, 전반적 컨디션 저하가 메인이라면 공진단입니다.
"돌아서면 잊어요. 피곤한 것 같기도 하고요." → 건망증, 작업기억 저하, 일상에서 자꾸 실수하는 게 메인이라면 총명공진단입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총명공진단은 기존 녹용공진단에 총명탕과 네 가지 약재를 얹은 구성입니다. 1일 성인 권장량(2포) 기준으로 보면 녹용·당귀·산수유 등 주요 약재 함량이 녹용공진단 1환보다 오히려 더 높습니다. 기억력 축을 더하면서 체력 축을 덜어낸 처방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런 분께 권합니다
- "돌아서면 잊는다"는 말을 요즘 자주 하시는 분
- 사람 이름과 단어가 잘 안 떠오르는 분
- 두뇌 활동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중장년
- 치매는 아니지만 기억력 저하로 치매가 걱정되는 분
- 검사에서는 정상이라는데 본인은 확실히 달라졌다고 느끼는 분 (앞의 임상시험 대상자와 같은 상태입니다)
- 부모님이 같은 질문을 반복하기 시작한 것을 보신 자녀분
- 가족력이 있어 미리 챙기고 싶은 분
"치매약을 먹는 것이 답은 아닙니다. 인지 기능이 어떤 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도록 미리 지켜내는 것이 답입니다." 저희가 이 처방을 권하는 기준은 이 한 문장입니다.
다만, 이럴 땐 한약보다 검사가 먼저입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것이 맞습니다. 아래에 해당하시면 한약보다 신경과 진료나 치매안심센터 검진을 먼저 받으셔야 합니다.
- 힌트를 줘도 떠올리지 못할 때 — 사건 자체가 사라진 경우
- 본인은 문제없다는데 가족이 걱정할 때 — 자각이 없는 것이 더 위험한 신호입니다
-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점점 나빠질 때
- 잘하던 일이 서툴러졌을 때 — 늘 하던 요리, 늘 가던 길
- 60세 이상에서 기억 저하가 새로 시작됐을 때
보건소마다 있는 치매안심센터에서 무료로 간단한 검진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고 나온 뒤에 오시는 것이, 저희 입장에서도 훨씬 정확한 처방이 가능합니다.
복용은 이렇게 하십니다
- 1일 2회, 아침·저녁. 뜨거운 물에 타서 드시면 좋습니다.
- 최소 2개월 이상. 앞서 소개한 임상시험이 8주 설계였습니다. 2~3주 드시고 판단하는 건 연구 설계상 판단이 불가능한 기간입니다.
- 연조엑스제 형태라 알약을 삼키기 어려운 어르신도 드시기 편합니다. 다크초콜릿 같다는 표현을 쓰는 분들이 많습니다.
- 상온 보관, 개봉 후 1년 이내 복용.
-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처방전이나 약봉투를 그대로 가져오세요. 고혈압·당뇨·항응고제 등을 드시는 경우 특히 필요합니다.
- 실제 처방량은 소화 상태와 전반적인 컨디션을 진료로 확인한 뒤 정합니다. 어르신은 소화력이 관건인 경우가 많습니다.
복용 전에 한 번, 두 달 뒤에 한 번
digit-span 테스트를 복용 시작 전에 해서 숫자로 남겨두세요. 두 달 뒤 같은 테스트를 다시 하시면 됩니다.
저희가 이 방식을 권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인지 기능은 본인 느낌으로 판단하기 가장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좋아졌는지 아닌지를 환자분이 직접, 숫자로 확인하실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기억력은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지 않습니다. 30대부터 완만하게 내려오다가, 어느 선을 지나면서 본인이 알아차리게 됩니다. 지금 이 글을 검색해서 읽고 계시다면, 그 선을 지나신 겁니다.
그런데 다행인 것도 있습니다. 알아차리셨다는 건, 아직 되돌릴 수 있는 구간에 계시다는 뜻입니다. 앞서 소개한 임상시험이 정확히 그 구간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고, 8주 만에 결과를 냈습니다. 정말 늦은 분들은 이 글을 검색하지 않으십니다.
병원에서 "아직 괜찮습니다, 지켜봅시다"라는 말을 들으셨다면, 그 지켜보는 기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마십시오. 치매약을 시작해야 할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그 선까지 내려가지 않게 지금 붙잡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깜빡하시는 게 늘었다면, 그때가 미리 챙기실 때입니다.
참고 문헌 및 자료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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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won O, Lee S, Ban S, Im JJ, Lee DS, Lee EH, Kim J, Lim SM, Lee SG, Kang I, Kim KH, Yoon S, Lee SH. Effects of the Combination Herbal Extract on Working Memory and White Matter Integrity in Healthy Individuals with Subjective Memory Complaints: A Randomiz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Clinical Trial. Korean Journal of Biological Psychiatry. 2015;22(2):63-77. (이화여자대학교 뇌융합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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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e S, Park S, Han DH. A mixed herbal extract as an adjunctive therapy for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 randomized placebo-controlled trial. Integrative Medicine Research. 2021;10(1):100714.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 PMID 33665099
- 보건복지부·중앙치매센터. 2023년 치매역학조사 및 실태조사 결과. 2025.
- 중앙치매센터. 대한민국 치매현황 2024.
- Lehallier B, et al. Undulating changes in human plasma proteome profiles across the lifespan. Nature Medicine. 2019;25(12):1843-1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