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굶을수록 살이 더 잘 찌는 이유 — 당신 몸이 몰래 켜는 '기 모드'
결론부터 말씀드립니다. 적게 먹는데도 안 빠지고, 조금만 방심하면 순식간에 원래 몸무게로 돌아오는 건 당신이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몸이 굶주림을 '생존 위협'으로 인식하고 스스로 연비를 낮춰버렸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걸 기근 모드라고 부릅니다. 오늘 이 글에서 그 정체를, 실제 연구와 함께 끝까지 파헤쳐 보겠습니다. 다 읽고 나면 "그동안의 내 다이어트가 왜 다 실패했는지"가 한 번에 이해되실 겁니다.
하루에 두 끼, 그것도 샐러드만 먹는데 왜 안 빠질까요?
이런 분들 정말 많습니다. 독하게 굶습니다. 처음 2주는 쭉쭉 빠집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저울이 멈춥니다. 더 줄일 것도 없는데 꿈쩍을 안 합니다. 그러다 하루 마음 놓고 먹었을 뿐인데 다음 날 아침 2kg가 붙어 있습니다. 억울하시죠. 그런데 이건 당신 몸이 고장 난 게 아닙니다. 오히려 완벽하게 정상 작동 중이라는 게 진짜 반전입니다.
당신 몸은 10만 년 전 프로그램으로 돌아갑니다
우리 뇌와 몸은 먹을 게 늘 부족했던 원시시대에 설계됐습니다. 그 시절 갑자기 섭취 열량이 뚝 떨어지면 그건 딱 하나를 의미했습니다. 기근. 굶어 죽을 위기. 그래서 몸은 살아남기 위해 극단적인 절약 모드로 전환하도록 진화했습니다. 심장 박동, 체온, 기초대사량을 슬금슬금 낮춰 에너지를 아낍니다. 이게 대사 적응(metabolic adaptation), 흔히 말하는 기근 모드입니다. 문제는 당신 뇌가 다이어트와 진짜 기근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당신은 여름 전에 살 빼겠다고 굶는데, 뇌는 "지금 식량이 끊겼다, 비상"이라며 방어에 들어갑니다.
여기서 진짜 충격적인 연구 하나를 소개합니다
미국에 '비기스트 루저(The Biggest Loser)'라는, 고도비만 참가자들이 몇 달간 극단적으로 체중을 감량하는 TV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연구진이 이 참가자들을 무려 6년간 추적했습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참가자들은 평균 58kg을 뺐지만, 6년 뒤 그중 41kg을 다시 찌웠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지" 싶으시죠. 그런데 소름 돋는 건 다음입니다. 6년이 지났는데도 이들의 기초대사량은 감량 직후처럼 하루 약 700kcal나 낮은 상태 그대로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하루 700kcal면 밥 두세 공기 분량입니다. 남들과 똑같이 먹어도 이만큼을 덜 태우니, 안 찌는 게 이상한 몸이 되어버린 겁니다.
이 연구는 학계에서 여전히 해석을 두고 토론 중입니다. 모든 사람이 이 정도로 극단적으로 대사가 억제되는 건 아니고, 극단적 감량이었다는 특수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굶어서 급하게 빼면 몸이 대사를 낮춰 저항한다는 방향 자체는 여러 연구가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이건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우리 몸의 기본 설정에 가깝습니다.
세트포인트 — 몸에는 '돌아가려는 체중'이 있습니다
몸은 마치 정해진 기준 체중이 있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이걸 세트포인트라고 부릅니다. 살이 빠지면 포만감 호르몬 렙틴이 줄고 배고픔 호르몬 그렐린이 늘어, 뇌가 "빨리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라"고 아우성을 칩니다. 감량 1년 뒤까지도 이 호르몬 변화가 지속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래서 다이어트 후에 유독 배가 더 고프고, 음식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겁니다. 이게 요요의 정체이고, 다음 칼럼에서 호르몬 편으로 더 깊이 다루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살은 빼지 말라고요?
아닙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기근 모드를 켜지 않는 속도와 방식으로 빼는 것. 방법은 명확합니다. 첫째, 극단적으로 굶지 마세요. 기초대사량 밑으로 뚝 떨어뜨리는 초저열량 식단은 단기간엔 빠지지만 몸의 방어를 자극해 결국 되돌아옵니다. 무리 없는 적자를 유지하며 천천히 빼는 쪽이 오래 갑니다. 둘째, 단백질과 근육을 지키세요. 굶으면 지방만 빠지는 게 아니라 근육도 함께 빠지고, 근육이 줄면 대사는 더 내려갑니다. 체중 1kg당 단백질 1.2g 이상, 그리고 가벼운 근력 운동으로 근육을 붙잡아야 합니다. 셋째, 잠과 스트레스를 관리하세요. 수면이 부족하면 식욕 호르몬이 흔들리고,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은 대사를 낮추고 복부 지방을 늘립니다. 넷째, 정체기가 와도 자책하지 마세요. 정체기는 실패가 아니라 몸이 새 체중에 적응 중이라는 신호입니다. 여기서 더 굶으면 오히려 역효과입니다.
그런데 이걸 다 알아도 잘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원리를 알아도 이미 대사가 크게 내려앉아 있거나, 식욕 호르몬이 심하게 흐트러진 상태라면 습관 교정만으로는 좀처럼 안 잡힙니다. 몇 번의 극단적 다이어트를 반복한 분일수록 그렇습니다. 이럴 때는 지금 내 대사와 몸 상태가 어디쯤 와 있는지부터 정확히 확인하는 게 먼저입니다. 한방 다이어트가 접근하는 방향도 결국 이 무너진 대사와 식욕의 균형을 억지로 굶기지 않으면서 다시 잡아주는 쪽인데, 그 구체적인 원리와 안전성은 다음 칼럼들에서 하나씩 정직하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굶는 다이어트가 왜 결국 실패하나요? A. 섭취 열량이 급격히 줄면 몸이 이를 기근으로 인식해 기초대사량을 낮춥니다. 이 상태에서 조금만 더 먹어도 쉽게 찌는 몸이 되어, 결국 요요로 이어집니다.
Q. 기초대사량이 한번 떨어지면 영영 안 돌아오나요? A. 극단적 감량 후 오래 회복되지 않은 사례가 보고됐지만, 개인차가 큽니다. 근육을 지키고 무리하지 않는 방식으로 감량하면 대사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Q. 정체기가 왔는데 더 굶어야 하나요? A. 아닙니다. 더 굶으면 대사가 더 내려갈 수 있습니다. 정체기에는 단백질과 근력 운동, 수면 관리로 대사를 지키는 쪽이 맞습니다.
참고 근거 · Fothergill E et al., Obesity 2016; '비기스트 루저' 6년 후 지속된 대사 적응 · Sumithran P et al., N Engl J Med 2011; 감량 후 지속되는 식욕 호르몬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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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은아 원장
정원한의원 다이어트 진료 담당. 스스로 20kg 감량을 10년간 유지해 온 경험과 한방내과적 접근을 바탕으로,
무리한 감량이 아닌 몸의 균형 회복을 지향합니다. 유튜브 '다이어트 멘토 김원장'에서도 정보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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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진료를 대체하지 않으며,
치료 반응은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