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친구는 효과 봤다는데 왜 나는?" — 처방이 사람마다 달라지는 이유

김은아 원장 2026-07-23 약 5분 읽기


결론부터 말씀드립니다. 친구가 먹고 10kg 빠졌다는 그 한약이 나에겐 안 듣는 건, 약이 가짜라서도 내 몸이 이상해서도 아닙니다. 한의학은 '비만'이라는 병명이 아니라 그 사람 몸이 지금 어떤 패턴으로 어긋나 있는지를 보고 약을 정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그 판단이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는지, 진료실 안을 그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 판단의 한계까지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2부의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살 빼러 왔어요"는 진단이 아닙니다

양방에서는 체중과 BMI라는 숫자로 비만을 정의합니다. 명확하고 유용한 기준입니다. 그런데 한의학은 여기서 질문을 하나 더 던집니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됐는가?" 같은 BMI 30이어도, 폭식으로 쌓인 사람과 잘 붓고 순환이 안 되는 사람과 소화기가 약해 대사가 처진 사람은 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완전히 다릅니다. 6번 칼럼에서 물렁한 부종형과 단단한 실증형에 정반대 약이 나간다고 말씀드렸죠. 그 정반대를 가르는 판단이 바로 오늘 얘기할 '변증'입니다.

한의사가 실제로 보는 네 개의 축

복잡해 보이지만 뼈대는 간단합니다. 첫째, 허증이냐 실증이냐. 쉽게 말해 과잉이 문제인가, 부족이 문제인가입니다. 잘 먹고 잘 쌓아두는 실증형은 덜어내는 쪽으로, 기운과 소화력이 처져 대사가 안 돌아가는 허증형은 받쳐주는 쪽으로 갑니다. 여기서 방향이 정반대로 갈립니다. 둘째, 한이냐 열이냐. 몸에 열이 많아 갈증이 나고 얼굴이 붉은 사람과, 손발이 차고 추위를 타는 사람에게 같은 약을 쓸 수는 없습니다. 셋째, 무엇이 쌓여 있나. 수분이 정체된 담음, 음식이 정체된 식적, 스트레스로 기가 막힌 기울 — 정체된 것의 정체가 다르면 뚫는 방법도 다릅니다. 넷째, 어디가 약한가. 소화기가 약한지, 순환이 문제인지에 따라 받쳐줄 자리가 달라집니다.

이건 감으로 정하는 걸까요? 여기서 오해 하나를 풉니다

많은 분이 "한의사가 얼굴 보고 감으로 정하는 거 아니냐"고 의심하십니다. 정당한 의심입니다. 그래서 근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최근 연구들에서 이런 패턴 구분이 실제 객관적 지표와 연관된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열 패턴에 따라 체성분, 체위 지표, 혈액 지표, 혀의 색깔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됐습니다. 열 패턴인 사람보다 한 패턴인 사람의 혀 색이 유의하게 창백했다는 식으로요. 또 체질량지수에 따라 담음·식적 같은 변증 지표의 분포가 달라진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즉 오래된 경험적 분류가 현대적 측정치와 상당 부분 맞물린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 연구들은 아직 축적 단계이고, 이걸로 모든 게 증명됐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 점은 뒤에서 다시 정직하게 짚겠습니다.

진료실에서는 구체적으로 뭘 확인할까요?

실제 상담에서 확인하는 건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첫째, 자세한 문진. 언제부터 어떻게 쪘는지, 언제 배가 고픈지, 폭식이 어느 시간대에 터지는지, 변은 어떤지, 잠은 어떤지, 추위를 타는지 더위를 타는지. 사실 진단의 절반 이상이 여기서 나옵니다. 둘째, 몸 상태 관찰. 체형, 살의 질감, 부기, 혀와 맥, 복부 상태를 봅니다. 셋째, 객관적 측정. 체성분 분석으로 근육량과 체지방을 나누어 보고, 혈압을 확인합니다. 앞서 4번 칼럼에서 근육이 곧 대사라고 말씀드렸죠. 같은 체중이어도 근육량에 따라 전략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넷째, 기저질환과 복용 중인 약. 이건 효과보다 안전 때문에 가장 중요한 항목입니다. 다섯째, 생활 패턴. 수면, 근무 형태, 스트레스, 식사 시간. 1부에서 본 호르몬 이야기가 여기 다 걸립니다.

"왜 이렇게 많이 물어보지?" 하셨다면, 이유가 이겁니다

상담이 길어지면 답답해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이 질문들이 곧 처방입니다. 밤 11시에 폭식이 터지는 사람과 오후 3시에 단것이 당기는 사람은 원인이 다르고, 원인이 다르면 약도 생활 처방도 달라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심장이 약하거나 혈압약을 드시는 분에게는 애초에 쓸 수 없는 약재가 있습니다. 개인화의 가장 큰 이유는 효과가 아니라 안전입니다.

여기서 가장 정직하게 말씀드려야 할 부분

변증은 완벽하게 표준화된 체계가 아닙니다. 같은 환자를 두고 한의사마다 판단이 조금씩 다를 수 있고, 이를 계량화하려는 연구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저는 이걸 숨기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도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한 가지 약"이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은 어느 쪽에서 봐도 명확합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남의 후기를 보고 "그 약 주세요"라고 하시는 게 가장 위험합니다. 그 사람과 당신은 다른 몸이니까요. 좋은 상담이 어떤 것인지, 상담에서 무엇을 반드시 물어야 하는지는 27번 칼럼에서 체크리스트로 정리하겠습니다.

여기까지가 2부입니다

우리는 한약이 몸에서 무엇을 하는지(5번), 어떤 약재가 어떤 역할을 맡는지(6번), 왜 사람마다 처방이 달라지는지(7번)까지 봤습니다. 이제 남은 건 여러분이 가장 궁금하고, 가장 두려워하는 그 질문입니다. "그런데 그 마황, 정말 안전한가요?" 심장이 두근거린다던데, 중독된다던데, 간이 나빠진다던데. 인터넷에 떠도는 그 모든 공포를 다음 3부에서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정면으로 다루겠습니다. 좋은 얘기만 하지 않겠습니다. 위험한 건 위험하다고 그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왜 같은 다이어트 한약인데 사람마다 효과가 다른가요? A. 한의학은 체중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그 사람 몸의 패턴(허실·한열·정체된 요소)을 보고 처방을 정하기 때문입니다. 패턴이 다르면 필요한 약도 달라집니다.

Q. 체질 진단은 감으로 하는 건가요? A. 문진과 관찰에 더해 체성분·혈압 같은 객관적 측정을 함께 봅니다. 한열 패턴이 체성분·혈액·설진 지표와 연관된다는 연구도 보고돼 있습니다. 다만 완전히 표준화된 체계는 아니며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Q. 남이 효과 본 처방을 그대로 받아도 되나요? A. 권하지 않습니다. 몸의 패턴이 다르면 효과가 없거나 몸에 부담이 될 수 있고, 기저질환·복용약에 따라 쓸 수 없는 약재도 있습니다.

참고 근거 · 태음인 한열 변증과 체성분·체위·혈액·설진 지표의 연관성 연구(Integrative Medicine Research 등) · 체질량지수에 따른 변증 유형 분포 및 담음·식적 지표 관련 국내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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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은아 원장 정원한의원 다이어트 진료 담당. 

스스로 20kg 감량을 10년간 유지해 온 경험과 한방내과적 접근을 바탕으로, 무리한 감량이 아닌 몸의 균형 회복을 지향합니다. 

유튜브 '다이어트 멘토 김은아'에서도 정보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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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 칼럼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진료를 대체하지 않으며, 치료 반응은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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