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식단 잘 챙기는데 왜 안 빠질까요?

김은아 원장 2026-08-23 약 10분 읽기 9


다이어트 식단 잘 챙기는데 왜 안 빠질까요?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대부분 이런 순서로 하십니다.

식단표를 찾습니다. 닭가슴살, 고구마, 브로콜리. 그리고 마트에 갑니다. 앞면에 '저지방', '무설탕', '헬시', '라이트'라고 적힌 것들을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한 달 뒤, 체중은 거의 그대로입니다.

그러면 대부분 이렇게 결론 내리십니다. "내가 의지가 약해서."


아닙니다. 장바구니가 문제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늘은 식단표 이야기가 아니라 마트에서 무엇을 보고 골라야 하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게 정리되면 식단표는 사실 크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먼저 알아두셔야 할 연구 하나


이 이야기를 먼저 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덜 먹으면 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을 정리하고 시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2019년,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팀이 아주 정교한 실험을 했습니다.〔1〕


성인 20명을 병원에 입원시켜 놓고 2주는 초가공식품 위주 식단을, 2주는 가공을 최소화한 식단을 먹게 했습니다. 순서는 무작위로 정했습니다.

핵심은 여기입니다. 두 식단은 열량(칼로리), 당류, 지방, 나트륨, 식이섬유, 탄수화물·단백질·지방 비율까지 전부 똑같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먹고 싶은 만큼 드세요"라고 했습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초가공식품 식단 최소가공 식단
하루 섭취 열량 약 508kcal 더 많음
2주 뒤 체중 +0.9kg -0.9kg

성분표가 똑같은데 하루 500kcal를 더 먹었습니다.


연구진이 밝힌 이유 중 하나가 특히 인상적입니다. 초가공식품을 먹을 때 먹는 속도가 더 빨랐습니다. 부드럽게 가공된 음식은 씹는 시간이 짧아서, 포만감 신호가 뇌에 도착하기 전에 접시가 비워집니다.

이게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가장 명확한 증거입니다. 무엇을 사느냐가 얼마나 먹느냐를 결정합니다.




하나. 앞면 말고 뒷면을 보세요


포장 앞면은 광고입니다. 뒷면이 정보입니다.

'저지방', '무설탕', '건강한', '가벼운'. 이 문구들은 그 제품에서 가장 잘 팔릴 만한 한 가지를 골라 크게 적어놓은 것입니다.

뒷면에서 두 곳을 보십시오.


① 원재료명 — 순서가 곧 함량입니다

원재료는 많이 들어간 순서대로 적습니다. 그래서 앞쪽 세 개가 그 제품의 정체입니다.

앞쪽에 설탕, 액상과당, 물엿, 정제당이 보이면 그 제품은 사실상 과자입니다. 앞면에 뭐라고 적혀 있든 상관없습니다.


② 당류가 숨어 있는 이름들

여기서 많이 속으십니다. 당은 여러 이름으로 나뉘어 적힙니다.

이런 이름으로 적힙니다
설탕, 백설탕, 황설탕, 갈색설탕
액상과당, 과당, 결정과당
물엿, 올리고당, 조청, 당밀
덱스트로스, 말토덱스트린, 포도당
농축과즙, 과일농축액
꿀, 메이플시럽, 아가베시럽

이 중 서너 개로 나뉘어 적혀 있으면, 각각은 뒤로 밀려 순서가 낮아 보입니다. 그런데 다 합치면 첫 번째일 수 있습니다.

요령은 간단합니다. 원재료명에서 위 목록에 해당하는 것을 전부 찾아 몇 개인지 세어보세요. 세 개 이상이면 일단 의심하셔도 됩니다.


③ 영양성분표는 '총 내용량 기준'으로 보세요

가장 흔한 함정입니다.

영양성분표가 1회 제공량 기준으로 적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봉지가 2.5회 분량이면, 표에 적힌 숫자에 2.5를 곱해야 실제로 드시는 양이 됩니다.

한 봉지를 다 드실 거라면, 한 봉지 기준으로 계산하셔야 합니다.




둘. '트랜스지방 0g'을 믿지 마세요


이 부분은 규정을 아시면 바로 이해되십니다.

국내 식품 표시 기준상, 트랜스지방이 1회 제공량당 0.2g 미만이면 '0'으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2〕

즉, 0.19g이 들어 있어도 0g으로 적을 수 있습니다.

한 봉지에 두세 번 제공량이 들어 있고, 그런 제품을 하루에 몇 개씩 드시면 표시상으로는 전부 0인데 실제 섭취량은 0이 아닙니다. 식품안전 관련 자료에서도 이 점을 명시적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3〕

그래서 숫자 대신 원재료명을 보셔야 합니다.


아래 단어가 보이면 그 제품에는 트랜스지방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부분경화유
  • 경화유
  • 가공유지
  • 쇼트닝
  • 마가린
  • 식물성유지(가공)


트랜스지방은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되어 세계보건기구가 퇴출을 권고한 성분입니다. 국내에서도 저감화 정책 이후 과자류의 함량이 크게 줄었지만,〔3〕 여전히 일부 가공식품에서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셋. 지방을 무서워하지 마세요 — 질을 보세요


다이어트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실수가 여기 있습니다.

'저지방'이라고 적힌 것만 고르시는 겁니다. 그런데 지방을 빼면 맛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제조사는 그 자리를 당으로 채웁니다.

저지방 요거트의 원재료명을 한번 보십시오. 일반 요거트보다 당류가 많은 경우가 흔합니다.

지방은 양보다 종류가 중요합니다.


챙기셔야 할 지방

어디에 있나
견과류 — 아몬드, 호두, 캐슈넛 (무염·무가당)
씨앗류 — 들깨, 참깨, 치아씨드
아보카도
올리브 오일 (엑스트라 버진)
등푸른 생선 — 고등어, 삼치, 연어


겁내지 않으셔도 되는 지방

가공되지 않은 형태의 포화지방입니다. 달걀 노른자, 그릭요거트, 살코기에 붙은 자연 상태의 지방.

이런 지방은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킵니다. 그리고 포만감이 유지되면 다음 끼니에 덜 먹게 됩니다.

저지방 식단이 실패하는 가장 흔한 이유가 이겁니다. 지방을 빼면 배가 빨리 고파집니다.


피하셔야 할 지방

공장에서 만들어진 지방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부분경화유, 쇼트닝, 마가린 계열.

"자연에서 온 지방은 괜찮고, 만들어진 지방은 조심하라." 이 한 줄로 정리하셔도 됩니다.




넷. 가장 확실한 기준 — '원재료가 뭔지 알아볼 수 있는가'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을 다 외우기 어려우시다면, 이 하나만 기억하셔도 됩니다.

원재료명에 적힌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는가.

쌀, 콩, 배추, 소고기, 고등어, 달걀, 참기름. 이런 것들은 그냥 음식입니다.

말토덱스트린, 카라기난, 산도조절제, 정제염, 향미증진제, 유화제. 이런 것들이 줄줄이 이어지면 그건 공장에서 조립된 제품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NIH 연구가 정확히 이 차이를 실험한 것입니다.〔1〕 성분이 같아도 덜 가공된 것을 먹었을 때 저절로 덜 먹게 되었습니다.

칼로리를 세지 않아도 됩니다. 원재료를 알아볼 수 있는 것 위주로 사시면 됩니다.




다섯. 장바구니에 담는 순서를 바꾸세요


실전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마트는 대체로 이렇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입구 쪽 바깥 둘레에 채소, 과일, 정육, 수산, 유제품이 있고, 안쪽 진열대에 과자, 라면, 음료, 냉동식품이 있습니다.


바깥 둘레를 먼저 도세요. 그리고 거기서 장바구니를 대부분 채우세요.

안쪽 진열대는 마지막에, 필요한 것만 정해서 들어가시면 됩니다. 바구니가 이미 차 있으면 덜 담게 됩니다.

그리고 배고플 때 장 보러 가지 마세요. 이건 다들 아시지만 실제로 지키는 분은 적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가 잘 먹는 법입니다. 그리고 이것만으로 잘 빠지시는 분들이 분명히 계십니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만나는 분들의 상당수는 이 단계를 이미 하고 계십니다.

성분표도 보시고, 가공식품도 줄이셨고, 저녁도 일찍 드십니다. 그런데 안 빠집니다.

그럴 때는 먹는 것이 아니라 처리하는 쪽을 봐야 합니다.


같은 것을 먹어도 사람마다 결과가 다릅니다. 한의학은 그 차이를 몸의 상태에서 찾습니다. 그리고 진료실에서 보면 대체로 이 갈래로 나뉩니다.


어떤 몸인가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잘 붓고 무거운 몸 "물만 마셔도 붓는 것 같아요", "아침에 얼굴이 부어요"
소화가 더딘 몸 "많이 먹지도 않는데 살이 쪄요", "먹으면 더부룩해요"
기운이 바닥난 몸 "먹어야 그나마 버텨요", "운동할 힘이 없어요"
스트레스로 무너지는 몸 "낮엔 잘 참는데 밤에 무너져요"
잠이 무너진 몸 "새벽에 자꾸 깨요", "자도 잔 것 같지가 않아요"

이 다섯이 전부 다른 처방을 씁니다.


특히 세 번째와 다섯 번째가 중요합니다. 기운이 바닥난 상태나 잠이 무너진 상태에서는 식단을 아무리 잘 짜도 잘 빠지지 않습니다. 몸이 비상 상황으로 인식하고 붙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더 적게 먹는 게 아니라, 잘 처리할 수 있는 몸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저희가 다이어트 상담에서 하는 것


식단표부터 드리지 않습니다.


첫째, 지금 몸이 어느 갈래인지 확인합니다. 맥과 혀, 배 상태를 보고 체성분 검사와 자율신경 검사로 확인합니다. 체중이 아니라 근육량과 체지방, 그리고 회복력을 봅니다.

둘째, 지금 무엇이 막고 있는지 찾습니다. 갑상선, 수면, 복용 중인 약, 스트레스. 여기서 답이 나오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셋째, 그 갈래에 맞는 한약을 씁니다. 붓고 무거운 분께는 순환과 수분 대사를, 소화가 더딘 분께는 소화기를, 기운이 바닥난 분께는 채우는 방향을 먼저 잡습니다.

넷째, 식단은 그 사람에게 맞춰 조정합니다. 위에 적은 원칙을 그 분의 생활에 맞게 옮겨드립니다. 교대 근무를 하시는지, 외식이 잦으신지, 저녁 약속이 많으신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다섯째, 2주·4주 시점에 다시 봅니다. 체중만 보지 않습니다. 잠, 소화, 기운, 그리고 빠진 것이 지방인지 근육인지를 함께 확인합니다.




제가 판단하는 기준은 하나입니다


"이분이 지금 덜 먹어서 안 빠지는 건가, 아니면 처리를 못 해서 안 빠지는 건가."

덜 먹어서라면 식단만 바꿔도 빠집니다. 그런 분께는 굳이 한약을 권하지 않습니다.

처리를 못 해서라면 식단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경우 아무리 애써도 성과가 안 나오니, 대부분 자기 탓을 하다가 그만두시게 됩니다.

이 구분을 먼저 하는 것이 다이어트에서 가장 중요한 첫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식단 잘 챙기고 있는데 왜 안 빠질까요?"

이렇게 물으시는 분께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그동안 뭘 잘못하셨는지 찾으려고 오신 거라면, 아마 없을 거예요."

대부분 이미 알 만큼 아시고, 할 만큼 하고 계십니다. 문제는 노력의 양이 아니라 지금 몸이 그 노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냐입니다.

오늘 말씀드린 마트 이야기는 그 노력을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법입니다. 같은 노력으로 더 나은 결과가 나오게 하는 것이니, 시작하기에 좋은 지점입니다.

그런데 이걸 다 하고 계신데도 안 빠지신다면, 그건 다른 문제입니다. 그때는 몸을 한 번 들여다보셔야 합니다.

지금 체중이 안 빠지는 이유가 식단인지 몸인지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상담만 받으러 오셔도 됩니다. 체성분 결과를 함께 보면 그 자리에서 방향이 정리됩니다.




참고 문헌 및 자료 출처

〔1〕 Hall KD, Ayuketah A, Brychta R, et al. Ultra-Processed Diets Cause Excess Calorie Intake and Weight Gain: An Inpatient Randomized Controlled Trial of Ad Libitum Food Intake. Cell Metabolism. 2019;30(1):67-77.e3. — 미국 국립보건원(NIH) 임상센터. 체중이 안정된 성인 20명(평균 31.2세, 평균 BMI 27)을 입원시켜 초가공식품 식단과 최소가공 식단을 각각 2주씩 무작위 순서로 제공한 교차 임상시험. 두 식단은 제공 열량, 당류, 지방, 나트륨, 식이섬유, 다량영양소 비율이 동일하게 맞춰졌으며 섭취량은 자유로 두었음. 초가공식품 식단에서 하루 508±106kcal을 더 섭취했고(p=0.0001), 2주간 체중이 0.9±0.3kg 증가한 반면(p=0.009) 최소가공 식단에서는 0.9±0.3kg 감소함(p=0.007). 초가공식품 섭취 시 식사 속도가 더 빨랐던 점이 과잉 섭취의 기전 중 하나로 제시됨

〔2〕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 등의 표시기준」 영양성분별 세부표시방법. — 트랜스지방은 0.5g 미만인 경우 "0.5g 미만"으로, 0.2g 미만인 경우 "0"으로 표시할 수 있음(식용유지류 제품은 100g당 2g 미만인 경우 "0"으로 표시 가능). 강조 표시의 경우 100g당 0.5g 미만일 때 "저", 100g당 포화지방 5g 미만이면서 트랜스지방 0.2g 미만일 때 "무" 표시가 가능

〔3〕 식품안전나라(식품의약품안전처) 「트랜스지방이란 무엇인가」. — 국내 저감화 정책에 따라 유통 과자류의 트랜스지방 제로화 비율이 2005년 36%에서 2012년 99%로 개선되었고 1회 제공기준량당 평균 함량도 0.7g에서 0.05g으로 감소함. 다만 표시 기준상 기준량당 0.2g 미만이면 "0"으로 표시할 수 있으므로, 가공식품 섭취량이 많아지면 누적 섭취량은 "0"이 아닐 수 있음을 명시


본 글은 일반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인용된 연구 결과는 해당 연구 대상자들의 평균적 결과이며 개인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체중 변화의 원인과 적절한 관리 방법은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므로, 필요한 경우 한의사와의 상담을 권해 드립니다.

#다이어트 식단#다이어트 식품 고르는 법#원재료명 보는 법#영양성분표 읽는 법#트랜스지방 0g#부분경화유#저지방 함정#초가공식품 다이어트#오산 다이어트 한의원#정원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