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53-1편. 홍삼이나 녹용, 저도 먹어도 괜찮을까요
진료실에서 손에 꼽을 만큼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명절이 지나고 나면 더 늘어납니다. 부모님이 챙겨주셨거나, 회사에서 받았거나, 어디서 좋다는 말을 듣고 사두셨는데 막상 뚜껑을 못 열고 계신 경우가 많습니다.
"명절에 홍삼을 선물받았는데, 저 먹어도 되는 건가요?"
진료실에서 손에 꼽을 만큼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명절이 지나고 나면 더 늘어납니다. 부모님이 챙겨주셨거나, 회사에서 받았거나, 어디서 좋다는 말을 듣고 사두셨는데 막상 뚜껑을 못 열고 계신 경우가 많습니다.
이 질문에 "체질에 안 맞으니 드시지 마세요" 또는 "누구나 괜찮습니다"로 딱 잘라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느 쪽도 정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53편에서 커피와 술을 다루며 "체질보다 본인의 반응이 먼저"라는 말씀을 드렸는데, 오늘 주제도 결이 같습니다. 다만 건강기능식품은 음료나 음식보다 신경 쓸 지점이 몇 가지 더 있어서 따로 한 편을 마련했습니다.
왜 이 질문을 그렇게 많이 받으시나요
두 가지가 겹쳐 있습니다.
하나는 접근성입니다. 홍삼을 비롯한 건강기능식품은 선물로 오가고 광고로도 자주 접하다 보니, 본인이 선택했다기보다 어느 날 집에 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뒤늦게 고민하시게 됩니다.
다른 하나는 범주의 혼동입니다. 한의원에서 받는 것과 마트에서 사는 것을 같은 선상에 놓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두 가지는 제도적으로도 다릅니다. 건강기능식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기능성 원료로 만든 식품이고, 한의원에서 체질에 따라 다루는 것은 의료진의 판단을 거치는 영역입니다. 목적도, 판단 주체도, 조절 방식도 다릅니다. 어느 쪽이 낫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성격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체질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2편에서 다룬 장국대소臟局大小를 떠올려보시면 됩니다. 사람마다 폐·비·간·신의 균형이 다르게 기울어 있고, 몸에 들어온 것은 그 기울기 위에서 작용합니다. 그래서 같은 것을 먹어도 어떤 사람에게는 편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3편의 보명지주保命之主로 바꿔 말하면, 각 체질이 생명을 지키는 데 쓰는 힘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미 그 방향으로 충분한 사람에게 같은 방향의 힘을 더 보태면, 균형이 한쪽으로 더 기울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조심스럽게 말씀드려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OO 체질은 홍삼 금지" 같은 단정적인 표가 많이 돌아다니는데, 그렇게까지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제품마다 원료 구성과 함량이 다르고, 같은 체질이어도 55편에서 다룬 표리表裏와 순역順逆에 따라 지금 몸이 서 있는 자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체질은 "주의 깊게 볼 이유"는 되지만 "먹고 안 먹고"를 혼자 확정하는 기준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 맞는지 아닌지 어떻게 아나요
34-1편에서 체질 식단을 다룰 때 드린 말씀이 여기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책에 뭐라고 적혀 있든, 본인이 먹고 어땠는지가 본인에게는 더 정확한 정보입니다.
방법은 단순합니다. 한 번에 하나만, 2주 정도 드시면서 봅니다. 세 가지를 같이 시작하면 어느 것 때문인지 알 수 없게 됩니다. 56편에서 경과를 볼 때 말씀드린 것처럼, 하루 단위가 아니라 2주 정도의 흐름으로 보셔야 신호가 보입니다.
무엇을 보면 되는지도 미리 정해두시면 수월합니다. 본인 체질의 창구 하나 — 8편에서 다룬 완실무병完實無病 지표 — 와, 수면입니다. 태음인이라면 땀, 소양인이라면 대변, 소음인이라면 식후 상태입니다. 이 둘이 전보다 나빠지지 않는다면 대체로 무리가 없는 편이고, 눈에 띄게 달라진다면 한 번 멈추고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어떤 반응이 있으면 멈춰야 하나요
아래와 같은 변화가 나타나면 일단 중단하시고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 속이 쓰리거나 더부룩한 느낌이 새로 생긴 경우
- 얼굴이 달아오르거나 머리가 아픈 느낌이 반복되는 경우
-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잠들기 어려워진 경우
- 두드러기, 가려움, 발진 같은 피부 반응
- 혈압이나 혈당 수치가 평소와 다르게 움직이는 경우
특히 피부 반응이나 호흡이 불편한 느낌이 동반되면 알레르기 가능성이 있으므로 바로 진료를 받으시는 것이 맞습니다. "좋다는 거니까 적응되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계속 드시는 분들이 계신데, 몸이 보내는 신호를 적응 과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권해드리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를 같이 먹어도 되나요
확인하실 것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 중복입니다. 서로 다른 제품에 같은 원료가 들어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각각은 권장량 안이어도 합치면 넘어갈 수 있습니다. 제품 뒷면의 원료명과 일일 섭취량 표시를 한 번 비교해보십시오.
둘째, 복용 중인 약과의 관계입니다. 혈압약, 당뇨약, 혈액이 굳는 것과 관련된 약, 갑상선 관련 약을 드시는 분은 특히 그렇습니다. 건강기능식품 중에는 이런 약의 작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어떤 조합이 괜찮고 어떤 조합이 그렇지 않은지는 제품과 개인에 따라 달라서, 이 글에서 일반화해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처방해주신 의료진이나 약사에게 드시는 제품을 보여드리고 확인받으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셋째, 수술이나 시술 예정이 있는 경우입니다. 일정이 잡혀 있다면 어떤 건강기능식품을 드시고 있는지 미리 알리셔야 합니다.
한약을 먹는 중인데 같이 먹어도 되나요
드시는 것을 모두 알려주시면 됩니다. 이게 답입니다.
문제가 되는 상황은 함께 드시는 것 자체보다, 함께 드시는 것을 말씀하지 않으시는 쪽입니다. 59편에서 체질 진단이 반응을 보며 초점을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말씀드렸는데, 그 반응에 다른 변수가 섞여 있는 줄 모르면 판단이 어긋납니다. 좋아진 것인지, 다른 것 때문인지, 혹은 둘이 겹쳐 안 맞은 것인지 구분이 안 됩니다.
종류가 많아 기억하기 어려우시면 제품 뒷면을 사진으로 찍어 오셔도 됩니다. 그 한 장이 진료의 정확도를 꽤 올려줍니다.
그럼 아예 안 먹는 게 나은가요
그렇게 말씀드리는 것도 과합니다. 건강기능식품 자체를 문제로 보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순서입니다. 60편에서도 적었듯이, 기본값을 알고 → 관찰하고 → 하나씩 조정하는 순서가 먼저입니다. 잠이 모자라고 식사가 불규칙한 상태에서 보조적인 것부터 쌓아 올리면, 효율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기본이 어느 정도 잡힌 뒤에 무언가를 더하면, 그것이 맞는지 아닌지도 훨씬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받아두고 못 드시는 것이 집에 쌓여 있다면, 다음 진료 때 가져오셔서 물어보시는 편이 가장 빠릅니다. 혼자 검색해서 결론 내리시는 것보다 정확하고, 괜한 불안도 줄어듭니다.
오늘 정리하며
홍삼이나 녹용, 건강기능식품을 두고 "어느 체질은 금지"라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제품 구성도 다르고, 같은 체질이어도 지금 몸이 서 있는 자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신 확인하실 것은 분명합니다. 한 번에 하나씩 2주 정도 보면서 본인 체질의 창구와 수면이 나빠지지 않는지 살피고, 이상 반응이 생기면 중단하고 상의하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를 함께 드실 때는 원료 중복과 복용 중인 약과의 관계를 확인하셔야 하고, 한약을 드시는 중이라면 드시는 것을 모두 알려주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순서로 보면 기본 생활이 먼저이고, 보조적인 것은 그다음입니다.
→ 이전 이야기: 커피와 술은 체질에 따라 다르게 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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